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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결혼 자녀 그리고 생활

10년 연애와 상관없는 살벌한 신혼 생활

by �특수문자� 2021. 4. 14.

10년 연애와 상관없는 살벌한 신혼 생활

긴 연애 생활 동안 서로를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싸움도 많이 하고, 화해도 많이 했다. 함께 울고 웃고 보낸 시간 길었으니 우린 진정한 솔 메이트이고 베스트 프랜드다. 우리의 결혼 생활은 항상 허니문 같을 거야라고 생각했건만 현실을 그렇지 못했다.

 

너무 다른 남과 여

확실히 남자와 여자를 달랐다. 개인의 성격(性格)을 남녀 간의 성격(姓格)으로 확산하려는 마음은 없다. 난 학교에서 이렇게 배웠다. 화장실 변기의 변좌는 항상 올려놓고 사용할 때만 내려서 사용해야 한다고. 그래야 샤워할 때 물이 튀어도 물이 금방 빠지고 남자들이 서서 쏴를 해도 변좌가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마 이것 때문에 실랑이를 하게 될 줄 몰랐다.  자기가 새벽에 화장실 왔다가 변기에 빠질 뻔했다는 것이다. 왜 변좌를 세워놓았냐고 짜증을 낸다. 나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일부러 세워놓는 것도 나름 신경 쓴 거라고 항변하지만, 나의 것들은 하나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샤워 후 물이 튀면 그때 올리면 된다. 왜 서서 오줌을 누느냐. 스나이퍼도 서서 오줌 누면 사방에 다 튄다. 앉아서 일 봐라. 그래 지금을 그렇게 산다. 지나고 보니 여자 말이 맞더라. 하지만 신혼초에는 나도 고집이 셌다.

나 혼자 살 때는 두루마리 휴지 한 개를 한 달을 사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난 직장에서 하루 종일 있고, 주말에만 집 화장실을 사용하니 한 달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 일주일도 안돼서 한 롤을 다 써더라.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난 처음에 와이프가 엄청 휴지를 많이 쓰는 사람인 줄 알고 한소리 했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여자들은 항상 화장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전업 주부라 항상 집에 있으니 더욱 사용량이 많다. 지금이야 이해한다. 아니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신경도 쓰지 않지만 그때는 왜 그랬을까?

 

같이 살아보니 보이는 다른 것들

어릴 때 치약 튜브는 금속성 재질이었다. 주석처럼 그랬다. 그래서 항상 끝에서 튜브를 말아 올리듯 치약을 짜서 썼다. 그래야만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다. 난 배운 대로 실천하는 착한 학생이었다. 비록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요즘은 플라스틱 튜브를 사용한다. 어디에서부터 사용해도 내용물을 다 사용할 수 있다. 난 왜 그런 융통성이 없었을까? 와이프한테 왜 아래부터 치약을 사용하지 않냐고 짜증을 부렸다. 솔직히 보기도 싫다. 튜브가 가운데 움푹 들어간 것이 물건을 깔끔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와이프는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편한 대로 사용하다가 마지막에 알뜰하게 잘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난 고지식한 사람이었나 보다. 이것도 지나고 보니 여자 말이 맞더라. 보기 좋고 싫고는 개인의 취향이니 내가 강요할게 못되고, 이리 쓰나 저리 쓰나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하~ 내가 이렇게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는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몸이 피곤하니 만사가 귀찮더라

신혼 때는 야근도 많이 없는 직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일근육이 없어서 그런지 항상 집에 오면 몸이 힘들었다. 일이 힘들었는지 출근 자체가 힘들었는지 집에 오면 만사가 귀찮았다. 와이프는 내가 오면 반가워서 가끔씩 안아주고 하는데 그것도 힘들더라. 어떤 때는 주방의 작은 수리도 부탁하는데 굳이 왜 주중에 해야 하는지 짜증을 많이 냈다. 집에서 하루 종일 사용하는데 너무 불편하다면서 왜 짜증을 내냐고, 큰 일도 아닌데 하면 되지 않냐고 서운해한다. 결혼 전에는 어떤 힘든 일도 잘 해낼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정말이지 귀찮았다. 사랑이 식어서는 절대 아니다. 지금도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그리고 어차피 하게 된다. 나중에 깨달았지만  잔소리 듣고 하냐, 아니면 그냥 하냐의 차이다. 그러니 남편들이여 아내가 시키면 그냥 조용히 잘하는 게 좋겠다.

 

많이도 싸웠다. 큰 소리가 나는 편은 아니지만 냉랭한 분위기가 몇 달씩 가기도 했다. 정말 힘든 시기이다. 집에서는 편하게 쉬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한때인 것 같다. 이제는 포기하는 마음으로 산다. 나도 그렇지만 아내도 그렇다. 오히려 아내가 더 보살이 된 것 같다. 그렇게 서로에서 보살이 되면서 부부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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